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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껍질을 벗기며

승란 2015. 7. 23. 00:18

바나나 껍질을 벗기며

 

란초 곽승란

 

삮은 바나나 껍질을 벗겨 한 입 물었다.

향기가 입안 가득 번진다.

그 옛날 아주 그 옛날 나 어릴 적

길거리에서 파는 바나나

향기가 스친다.

바나나의 그 향긋함이

어린 나는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요즘엔 싱싱한 바나나에선

그맛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지 않는 바나나

늘 삮아가는 바나나는 내 차지다.

 

오늘도 그 바나나

출근 길에 가져와 냉동실에 넣었다가

잠시 쉼하는 시간에 꺼내어

한 입 물고 창밖 머언 하늘을 보니 행복해

또 한 입을 무니 엄마가 보여 행복해

 

참 많은 세월이 흘러온 이 맛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기분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이런 작은 행복도

가슴 가득 뿌듯해옴은 물론

마음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