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껍질을 벗기며
란초 곽승란
삮은 바나나 껍질을 벗겨 한 입 물었다.
향기가 입안 가득 번진다.
그 옛날 아주 그 옛날 나 어릴 적
길거리에서 파는 바나나
향기가 스친다.
바나나의 그 향긋함이
어린 나는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요즘엔 싱싱한 바나나에선
그맛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먹지 않는 바나나
늘 삮아가는 바나나는 내 차지다.
오늘도 그 바나나
출근 길에 가져와 냉동실에 넣었다가
잠시 쉼하는 시간에 꺼내어
한 입 물고 창밖 머언 하늘을 보니 행복해
또 한 입을 무니 엄마가 보여 행복해
참 많은 세월이 흘러온 이 맛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기분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이런 작은 행복도
가슴 가득 뿌듯해옴은 물론
마음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