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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보내는 편지 21

승란 2019. 3. 9. 00:06

 

너에게 보내는 편지 21

 

가슴이 놀랜 날

 

딸아, 안녕

오늘은 엄마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주방 문 거치대가 넘어가

채아 머리 위로 떨어졌다

채빈이도 할미도 놀래서

셋이 같이 울었단다

채아 이마에 혹이 났어

얼마나 아팠겠니 그어린 것이...

 

씩씩한 우리 채빈이는 오늘 하교 길에

잠들지 않았더구나

기특한 채빈이는 속이 많이 깊은 것이야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서

울기도 하고 그럴 텐데

울면 할미도 같이 우니까 많이 참는 것 같아

기특하게도 우리 채빈이가 너무 어른스럽다.

 

딸아,

마음대로 울지 못하는 가족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야

너 하나 없는데 식구 전체가

시름에 잠겼어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다

너를 잃은 슬픔이 이렇게 큰 줄이야

너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마음도 몸도 너무 힘드는구나

채아가 배밀이도 잘 한다

땡깡도 잘 부린다

울땐 소리소리 지른다.

제법 큰 소리로 말이야

벌써 시간이 내일로 가는구나

딸아, 새벽에 채아가 깨서 노는 바람에

잠을 못자 피곤하네

오늘은 여기서 인사하자

사랑해 보고싶은 내딸 현심아.

 

2019.3.8.

네가 떠난지 56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