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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장 세월

승란 2015. 6. 16. 22:16

열두 장 세월

 

란초/곽승란

 

어스름한 저녁

붉게 물든 노을이

산등성이에 걸리면

가로등 불 하나, 둘 켜지고

등 뒤로 내려앉는

허탈한 시간들은

슬픔과 기쁨의 세상이 되고

 

맺지 못한 인연으로

얼룩진 가슴 속 아픔은

눈물 나도록 모질게

떨어지고 찢기어도

조금씩 지우는 여유로움

 

잊으리, 비우리, 벗어던지고

하늘 위 꽃구름처럼

두둥실 두리둥실

맛깔스러운 세상 언저리에서

열두 장 세월 노래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