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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린 가을을

승란 2015. 9. 14. 09:16

저 아린 가을을

 

란초/곽승란

 

귀뜨라미 밤새

울어 대는 가을

약속도 하지 않은 가을은

성큼성큼 내 앞에 서 있는데

견딜 수 없고

주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휘젓는다.

 

가을볕에

충만히 익어야 할

내 마음인데 어째서일까?

두근두근 안절부절

바늘방석인 것이

버려야지, 하고

버리지 못한 그 무엇이

예전처럼 푸른 감정을

먹어 버린 걸까?

 

내 마음도

노란 은행잎처럼

빨간 단풍잎처럼

물들어 가는 건지

저 아린 추억 너머에

아직도 무언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건지

땅거미 앉을 때면

허허한 이 마음

갈피를 잡을 수 없네.

 

계절은 쉼 없이 가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을 잡아 놓을 수 없으니

즐기고 싶은 영혼아, 가을아

이 허허한 마음 하나

잡아 주지 않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