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란
2015. 10. 20. 09:15



커피 잔 속에 익는 가을
란초/곽승란
산 마루 끝을
뽀얀 안개가 적시고 있다
내 마음의 안개는
가을이 걷어내고 있다
가을이 의기양양 뽐낼 때
내 마음의 가을도
한 잔의 커피 잔 속에
울긋불긋 색을 담는데
노을빛 고운 저 들녘은
서서히 식어가고
안개꽃처럼 일렁이는
지을 수 없는 사랑은
스멀스멀 내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면 어떠랴
갈색 커피 잔 속엔
이미 한때 미워하던 사랑도
이 가을엔 모두 다
사랑하고 싶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