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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로 수 놓은 가을이

승란 2015. 10. 26. 10:38

 

 

 

낙서로 수 놓은 가을이

 

란초/곽승란

 

무지개처럼 수를 놓은

이 계절의 낙서

썼다가 지우고 또 쓰고

그러다

써 내려갈 공간이 부족하면

노을 속에도 써 내려갔다.

 

어느새 가을 끄트머리

들꽃향기에 취해

가는줄도 몰랐는데

가을은 진한 고독 속으로

터덕터덕 들어간다.

 

가을이 뿌려놓은 고운잎

목마름을 견딜 수 없다고

갈색으로 물들이는 낙엽

슬픈 눈빛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고운 사랑의 낙서

써 내려갈 공간이 없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