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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걱정 한 짐

승란 2015. 11. 5. 09:12

 

 

가을과 걱정 한 짐

 

란초/곽승란

 

"어미야?

천석 지기는 천 가지 걱정

만석지기는

만 가지 걱정이 있단다

우리 그냥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자

조금은 고생은 되겠지만...

 

그때는

어머님 말씀을 이해를 못 했네

젊은 시절

그저 세월이 야속했던 시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속의 이야기가

중년이 되어서야 알겠네

 

억새도 자기 살을 뜯어

바람에게 주고

앙상한 몸으로

다음 해를 기다리고

짝 잃은 기러기도

긴 세월 수절한다는데

무엇이 부족해 걱정을 하나

무엇이 부족해 외로워하나

 

이제는 나에게 말할 수 있네

우리 걱정 한 짐

가을과 함께 보낼까

다가오는 내일에 순응하고

즐기며 살아 볼까

설령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