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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도 내려준다면

승란 2016. 8. 13. 07:10

 

비라도 내려준다면

 

란초/곽승란

 

더위사냥에 필요한 바람

빗줄기와 한소쿰 동반해

살며시 다녀가 준다면

땀방울 녹아내릴 텐데

 

아련한 그리움마저

앗아가려는 여름 더위

너무하는 건 아닌가

나만의 자그만 추억인데

 

비야 그리운 비야

내 가슴에 내려라

온누리에 내려라

나 와 함께 저 들판을 걸어보자

 

 

하루가 갈증으로

지쳐 있는 산천 초목도

마른목 촉촉이 적실 기회 없어

자그만 심장마저 지쳐갈 때

 

지그시 눈을 감으니

노랑 우비 입고

빗속을 거닐던 산행길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다.

 

비야 비야 내려라

내 가슴에 내려라

온누리에 내려라

추억도 그리운 흔적을 적셔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