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그대
란초/곽승란
노을이 젖어드는 들녘
세상에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는 양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허허벌판
길섶 옆 마른 풀잎만
파르르 떨고 있는데
내안에 집 짓고 있는 그리움은
어머님 품처럼 따뜻한지
자그만 나의 심장에
여울처럼 흐르고 있다.
황혼 속에 물들어가는
삶의 한 페이지에
남아 있는 그대
그저 같은 하늘 아래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오늘을 행복해하지만
붉은 하늘 바라보는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임 그려 부르는 마음
바람이 휭 하고
낚아채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