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추억을 딛고
란초/곽승란
어느 겨울이 깊은 날
땅거미 내리는 저녁
붉은 물든 노을이
그림자 길게 드리우면
가뭄처럼 목이 타던
추억 한 자락에
차가운 바람이
흰 꽃잎 몰고 온다.
눈바람에 시린 가슴
세월 속에 묻고
눈물로 피워내는 예쁜 꽃
포근히 보듬어 주는 꽃바람
송이송이 빨간 봉우리는
외로움을 그리움으로
아름다운 추억 그리며
한 잔의 미소가 되어
산 너머 추운 하늘로
햇살이 되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