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가슴 물 마를까
글/란초곽승란
눈물로 남아 있는 찌꺼기
서러움 덩이 하나
씹어 곱씹어도
삭이지 못 하는 까닭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시던 어머니
무엇이 바빠서
그리 빠른 걸음 하셨는지
망개를 따먹고 살아도
이승이 좋다던 지아비
무엇이 두려운지
서둘러 가고선
동짓달 해 짧아도
찾아오는 그림자
아직 내 안에서
물빛 가슴 물 마를까
"사랑한다 딸아,
하시는 어머니
"널 사랑해 , 하는 지아비
못내 그리움의 끈을
못 놓으시는 건지
땅거미 질 녘이면
그림자 길게 드리워
사슴 같은 두 눈에
눈물 가득 고인다
이제 그만 나를
놔주시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