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신고가 들어왔어요
글/ 곽승란
아주 어릴 적 옛날로 치면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3학년 쯤인
여름 방학 어느 날
어머니께서 잠시
어디 좀 가자고 짐을 꾸렸다.
그리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남동생과
나와 엄마 셋이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한참을 가니 거기가
버스종점이었다 .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그 마을에 냇가가 있었고
냇가를 끼고 올라가니
작은 암자 하나가 나왔다.
그곳에서 엄마는
어떤 스님과 이야기를 하더니
스님이 밥을 내어 주셨다.
아무 영문도 모르고
따라나선 자식들이 배가 고플까봐
엄마는 아마도 스님에게
부탁을 드리신 것이겠지.
그렇게 그 암자에서 밥을 먹고
다시 짐을 드신 엄마는
삽과 곡괭이와 낫을 빌려 들고
가자고 하시더니 산을 오르셨다.
한참을 올라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 그곳에 짐을 푸시고
"얘들아, 이곳에서
며칠 지내다 가자."
하시더니 그 자리에
돌을 치우시고 다른 곳에서
돌을 들고 와서 삥둘러
집터 기초를 잡으신다 .
우린 영문도 모르고 엄마 따라
영차영차 돌을 날랐다 .
그렇게 돌을 조금 쌓고
풀을 베어 지붕을 덮어
움막집을 완성했다.
멀리 다른 산이 보이고
또 멀리 마을이 보이고
더 멀리 하늘에 구름이....
그렇게 저녁이 되고
불을 지펴 밥을 짓고
연장을 갖다 주러 간
암자에서 반찬을 얻어 와서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바닥에 풀을 깔아
푹신푹신한 솜이불 같았고
한밤이 되니 하늘에
별도 너무 많았고 예뻤다.
피곤해서 그런가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엄마는 벌써
아침 밥을 해 놓으셨다.
산에서 먹는 밥이라 그런지
아님 못 먹고 살던 때라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후 쯤일까?
동생과 돌맹이로
장난을 놀다가 일어섰는데
저 밑에서 시커멓게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
너무 무서워서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깜짝 놀라
왜그러냐고 뱀이 나온줄 알고
신발도 안신고
헐레벌떡 나오시더니
딸이 가리키는 쪽을 보고
함께 놀라셨다.
조금 후에 경찰과 군인들이
총을 들고 나타나서는
"지금 여기서 뭐하십니까,"
간첩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누가 우리를 간첩인줄 알고
신고를 한 것이었다. ㅎㅎ
* 이 애피소드는 실제로
승란이가 겪은 일이다.
조금 더 커서 알고 보니
그곳은 관악산이었고
버스 종점은 신림동이었다.
그리고 엄마는 신기운이
있어서 많이 아프시고해서
산기도를 가신 것이었다.
언젠가 관악산 산행할 때
그생각이 나서 괜스레
엄마가 그리워져 눈물이 났다.
철모를 그시절에 함께였던
부모님은 지금 안계시지만
마음은 늘 함께하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