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잘 가거라
글/곽승란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세상이 갈라졌습니다
마음에 보이지 않는 칼이
조용히 심장을 도려내고 있습니다
어찌 살까요
내 불쌍한 막내 딸을 어찌할까요
생때같은 목숨을 무엇이
하루 아침에 빼앗아 갔습니다
이 애미는 어찌 살라고
예쁘고 귀여운
어린 토끼 두마리는 어찌 크라고
사랑하는 지아비인 내 사위는
가슴을 쥐어짜며 숨을 죽이고
울고 있는 모습에
어미 가슴이 무너집니다
살다가 살다가
이런 허무한 일이 또 있을까요 심성곱고 이쁜 내딸 막내가
저멀리 먼길을 떠났어요
살다가 살다가 이런 일이 있을까요
험난한 길 열심히 살아와
힘들고 지쳐도 자식때문에 살았건만
심장 한쪽이 떨어져 나갔어요
잡을 수가 없었어요
어찌할까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살다가 살다가 잊을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가슴에 묻은 내딸 막내를
잊을 날이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칼이
내 작은 심장을 조용히 갉아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