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이기에
글/곽승란
시간은 신경쓰지 않아도
잘도 간다
어느덧 딸아이가 간지 16일째 되네
하나 , 둘 흔적이 지워져가는 딸아이 집
어젠 사위가 큰손녀를 데리고 큰아빠집에 갔다
사위 없을 때 큰딸과 함께
옷정리를 했다
살림하는 여자들은 거의 다
그러리라 생각하지만
울 딸도 예외는 아니다.
남편과 아이는 메이커가 있는
좋은 옷인데 울 딸은 그냥 시장표다
겉옷만 신랑이 사줘서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끌고 다녔다.
농 안에 들어 있을 땐 몰랐는데
밖에 끄집어 내보니 산더미다
사계절 옷이라 만만치 않았다
옛날 같으면 좋은 옷 좋은 신
신고 가라고 삼우제날 태워주는데
요즘은 태울 곳도 없고...
큰딸과 애미의 가슴이 메이는 하루였다
부족한 부모 밑에서 티없이 맑게
커준 대견스런 딸
어디 한군데 나무랄 곳이 없었던 딸이었다.
죽고 난 뒤에 인터넷에서 산
이쁜 걸이라는 옷이 왔다.
한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불쌍한 내 딸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미래를 모르는 이세상이 난 무섭다
하루하루를 지탱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이해심 많은 아들과 큰딸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있기에
아직은 악착같이 살아야 되겠지만
가슴에 억장이 무너진 자리가
너무나 크기에 이길 수 있는 힘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서서히 죽은자의 흔적을
지워가며 사는 이세상의 삶이 무섭다
일본에는 집근처에 무덤이 있다
죽어서도 가족 곁에
남기위함이라고 전해들었다.
그만큼 가족은
아주 질긴 운명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엄마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던 내 자식 막내는
알고 있는 모든 지인들은
잊어가겠지만 이엄마 가슴에
영혼이 들어왔기에
두눈을 감는 날까지
애미와 함께 할 것이다.
엄마이기에 자식이기에
끊지 못하는 천륜이리라
그렇게 하루가 또 지나고
집에 오는 길에 난 또 한번
차안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울지않으리라 다짐해도
어쩔 수 없는 슬픔인가
그래도 울고 나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않는다
이제 시간이 해결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믿으면서 잠을 청했다
또 다른 하루가 밝았다.
2019.1.27
먼길 떠난지 16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