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편지 17
딸아, 잠이 안오네
잠이 안온다
칭얼대는 채아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저런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동안 내가 자식들에게 등한시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시샘한 걸까 하는
막연한 의심에 까만밤이 하얗게
되어버린다
벌써 3월
시간은 잘도
지나가지만 내맘 속에
내딸 심이는 항상 그리움이다
서산에 해가 질 때면 더 많이 생각나는 우리 막내딸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운명인 것을 알지만
딸이 많이 보고 싶다
이제 마음 추수리고 채빈,채아에게 잘 해야 하는데
그저 무탈하게 잘 커주길 바라는 마음이면서
더이상 갈 곳도 없는 인내심을
이제 어디에 의지할까
내맘 알아주는
딸은 멀리 가버렸는데...
자식은 셋인데
마음 맞는 자식은 따로 있다
아들과 큰딸은 효녀인데 성격이 맞지 않아서
항상 막내와 의논하고 했는데
그것 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
난 왜 이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걸까.
2019.3.5
네가 떠난지 53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