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세월은 유수 같다더니
벌써 삼백 예순 날이 지나서
오늘이 사랑하는 막내가
내곁을 떠난지 일년이 되는 날이다.
아기는 할미와 아빠손에서
그런대로 잘 커나가고
가족 모두 슬퍼도
먹고 웃고 울고하며
살아가고 있다
죽은 자가 뭘 알까마는
날마다 24시간 속에
잊고 지내는 날이 없는데
바람만 불어도 구름만 보아도
먼 하늘 먼 산 노을이 있는 저녁, 그리고 아기가 아플 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며 심장이 아프다
떠나간 자의 아픔은
산자의 몫에 함께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마음은 아무 것도 대신 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너무도 보고 싶어 시간이
지나갈 수록 빈자리는 더 많이 느껴지기에
하루의 시작은 통곡으로
이어진다
어쩜 눈물은 샘 솟는 우물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어제 밤
사위와 아기들하고
마트에 가서
제삿상에 올릴 제수음식을
사면서 애미가 딸아이
젯상을 차릴 줄 어찌 알았을까
참으로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나의 운명을
탓해보는 시간이다
그저 고생 끝에 낙이 왔다고
생각하고 자식 다 키워
노년에 행복할 줄만 알았던
나였건만 운명의 신은
그마저 훼방을 놓았네
"사랑아 내딸아,
넌 어디에 있던 내사랑이다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울 아기들 이쁘게 자랄 수 있도록 돌봐주렴
사랑한다 우리 막내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