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전 부치기
란초/곽승란
십팔 세 새색시의 명절
첫 아기 가져 힘도 들었지만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동서 두 형님께서
막내는 전이나 부쳐라, 하시며
시커먼 솥뚜껑을 뒤집어
바깥 아궁이에 얹으시고 불을 지피셨다.
생전 처음 해보는 솥뚜껑 전 부치기는
어린 나에게 너무 어려웠지만
어쩌랴!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는 수밖에
아궁이에 나무를 넣어가며
내 딴엔 열심히 전을 부쳐보아도
기름 냄새와 연기로 질식 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는지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하늘이 노랗더니
그 뒤론 아무 기억이 없고
깨어보니 대청마루에 누워있었다.
두 형님께서
그런 나를 보고 웃으시며
"하이고 우리 막내가 힘들었나보다" 하시며
심부름만 하라는 말씀에
얼마나 고마운지 가슴이 뭉클했던
그해 추석 명절,
세월 지나고 보니
그리워지는 추억이어라.
201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