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의 엄마 얼굴 (삶의 이야기)
란초/곽승란
서산으로 해가 뉘웃뉘웃 넘어 간다.
아름다운 노을 속에
그리운 엄마 모습이 보이는지
어린 여자아이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요.~~~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다.
그 옆에 어린 남자아이가
누~나,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덩달아 울고 있다.
며칠 후 외삼촌댁에 맡겨진 남매
충주 어디인지는 기억조차 없는 곳,
드문드문 집 한 채씩 떨어져 있는 마을이
밤이면 호랑이도 돌아다니던 곳이었다.
금방이라도 별들이 쏟아질 것 같아
지금 같으면 감성에 젖어
헤어날 줄도 모를 텐데
어린 남매는 무섭고 엄마가
보고 싶기만 하다.
어느 날이었던가
통나무로 되어 있는 화장실에서
발을 잘못 디디어 다리가 빠졌다.
살려달라고 소리치며 울고불고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다행이
팔이 통나무에 걸리어 살아나서
지금 이렇게 이글을 쓰고 있지만
당시 겁을 잔뜩 먹은 어린 아이는
몸을 떨다 병까지 났었다.
(화장지도 없이 지푸라기로 쓰던 시절)
낮에는 들이고 산이고
정신 없이 뛰어 놀다가도
해만 지면 엄마가 보고 싶어
매일 같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는 남매를 보면서
외삼촌께서 혀를 끌끌 차시며
두 눈 뜨고는 못 보겠다.
이일을 어쩌면 좋으냐,
하시며 함께 우시고
달래어 방에 데리고 들어와
화롯불에 고구마를 넣어 두시면
익기를 기다리다 지루해서
옛날 10원짜리 동전을 가지고 놀다가
화롯불에 떨 군 것을 꺼내다가 떨어뜨려
종아리에 붙어 데 인 자국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렇게 세월이 조금씩 지나가도
노을 속에 엄마는 여전히 보이고
해가 지면 울기 시작하는 조카들 때문에
온 가족이 다 따라 울고...
도저히 못 보겠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네 자식 네가 키워라~
하시며 삼촌은 엄마에게 편지를 보냈고,
오로지 자식과 함께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밤이고 낮이고 허리띠 졸라매면서
방 한 칸 마련해 놓고 오신 엄마.
남매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우시며
다시는 헤어져 살지 말자 하시고
남매는 꿈인가 생시인가
엄마를 꼬집고 얼굴을 만지며
엄마, 이젠 안 갈 거지? 우리도 따라 갈 거야.
엄마 우리도 데리고 가,응, 응
알았어, 그래, 그래 함께 가자.
하면서 세 식구는 울고 웃고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 아득하기만 한
엄마의 심정은 어떠하셨을지
지금 생각하니 눈물이 자꾸 흐른다.
( 셋째 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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