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여행

인생 열두 고개(한 고개)

승란 2014. 10. 15. 00:00

       인생 열두 고개(삶의 이야기)

 

       어머니(1)

 

       여섯 살이 되던 해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 밤

       천둥, 번개와 함께 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들어 오시자마자 주무시는 아버지는

       코를 골기 시작 했다.

       나와 남동생은 주인집 대청마루에 자다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에 방으로 들어가보니

       엄마는 아버지를 깨우고 계셨다.

       엄마,왜 그러세요?

       하지만 미동도 하시지 않는 아버지

       열심히 흔들어 보아도 일어나시지 않는다.

       그렇게 아버지는 심하게 코를 고시며

       먼 나라로 떠나셨다.

       병명은 코고는 심장마비였다.

 

       집 한 채도 없이 어린 남매 남겨 놓고

       떠나버린 야속한 남편

       그리고 우리 남매 천애 고아가 될 뻔 했던

       그 사건,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는 건가?

       아버지 사망신고 하러 가셔서야 안 사실

       아버지와 엄마는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고

       남매는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기에

       우리남매는 세상에도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당시 호적상으론 처녀셨다.

 

       우리를 고아원에 버리고 가셔도 되는

       그런 시대,

       모성애를 뿌리치시지 못하고

       여인이 되기를 포기하신 채

       재판을 해서 혼인신고와 출생신고

       그리고 사망신고를 하시어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이 된 남매는

       이렇게 태어났다.

 

       집 한 칸도 없이 어린 남매 데리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세상,

       여섯 살, 세 살, 이 어린 아이들을

       어디다 맡기고 일을 할까?

       황해도가 고향인 아버지는

       일가친척도 없으셨다.

       아침에 밥 한 솥 해 놓고 일가시며

       너희들 싸우지 말고 배고프면

       밥 챙겨 먹고 있어,

       엄마 일하고 올게.

       남매는 자그마한 방안에서 서로 울고 웃고

       싸우면서 하루를 보낸다.

       동생은 오줌을 참다 바지에 싸기도 하고

       얼굴은 콧물과 범벅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어머니 집에 오시면

       남매가 불쌍해 부둥켜 안고 우시면

       덩달아 따라 우는 남매,

       이 아이들을 어찌할까?

       생각다 못해 어머니께선 남매를

       충주에 사시는 외사촌 오빠에게

       맡기기로 하였는데 남매는 어찌 될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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