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살이 속의 모성애 (삶의 이야기)
란초/곽승란
엄마와 다시 떨어지기 싫어서
어린 나이에도 엄마를 위한다는 생각에
‘이제 말도 잘 듣고
동생도 잘 돌보고 해야지,
엄마 속상하지 않게 해드려야지,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엄마 다녀오세요, 인사하고
동생이 일어나면 밥 챙겨 먹고
사이좋게 놀아야지. ‘
하고 다짐하며 그렇게 지냈지만
엄마 혼자 몇 푼 벌어
집세 내고 하다 보면 부족해
밥도 먹고 살긴 힘든 세상,
엄마는 난감 했다.
그러다 일곱 살이 되던 해 인가?
이웃에서 어떤 분이 딸 아이
물심부름이라도 시키지 않겠냐고
물어오니 엄마는 어린 것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시키나
불쌍해서 안 된다고
뿌리치셨지만 그래도
굶기는 것보다는 났겠지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집에 오기로 약속하고
그림 그리는 화가의 시중들러 보내진
딸아이에게 엄마는 죄를 짓는듯해
눈물을 흘리시고
딸아이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울고,
그렇게 화가의 집에서 며칠 있는 사이
저녁이 되면 홀짝홀짝 우는 아이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데려가라 해서
엄마는 다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시던 엄마는
남매의 옷을 깨끗이 입히고
“가자 내 아기들” 하시며 앞장을 세우고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간 곳이
효자동 어느 골짜기에 있는 절이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
“응, 이제 여기서 살 거야,”
“그러면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지? 엄마.”
“그럼, 그럼, 아니지, 아냐, 걱정하지 마.”
그렇게 엄마는 남매와 함께 지내며
그 절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 일은 남자 스님만 있는 절에서
지금으로 말하면 공양주라고 하는데
밥을 해주는 일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배고픔도 모르고
일 년 동안 정말 행복하게 지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남자 스님만 있는 곳에
자꾸 커가는 여아를 둘 수 없다,
비구니들 있는 절로 딸을 보내라는
스님들의 의견을 전해들은 엄마는
이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딸을 보낼 순 없다! 없어!’
또 다시 절망 속에 빠진 엄마.
그 때의 엄마를 생각하며
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불쌍한 어머니 사랑합니다.
(다음 넷째 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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