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여행

인생 열두 고개(세 고개)

승란 2014. 10. 23. 00:00

      더부살이 속의 모성애 (삶의 이야기)

 

                                  란초/곽승란

 

 

     엄마와 다시 떨어지기 싫어서

     어린 나이에도 엄마를 위한다는 생각에

      ‘이제 말도 잘 듣고

     동생도 잘 돌보고 해야지,

     엄마 속상하지 않게 해드려야지,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엄마 다녀오세요, 인사하고

     동생이 일어나면 밥 챙겨 먹고

     사이좋게 놀아야지. ‘

     하고 다짐하며 그렇게 지냈지만

     엄마 혼자 몇 푼 벌어

     집세 내고 하다 보면 부족해

     밥도 먹고 살긴 힘든 세상,

     엄마는 난감 했다.

 

     그러다 일곱 살이 되던 해 인가?

     이웃에서 어떤 분이 딸 아이

     물심부름이라도 시키지 않겠냐고

     물어오니 엄마는 어린 것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시키나

     불쌍해서 안 된다고

     뿌리치셨지만 그래도

     굶기는 것보다는 났겠지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집에 오기로 약속하고

     그림 그리는 화가의 시중들러 보내진

     딸아이에게 엄마는 죄를 짓는듯해

     눈물을 흘리시고

     딸아이는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울고,

     그렇게 화가의 집에서 며칠 있는 사이

     저녁이 되면 홀짝홀짝 우는 아이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데려가라 해서

     엄마는 다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났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시던 엄마는

     남매의 옷을 깨끗이 입히고

      “가자 내 아기들하시며 앞장을 세우고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간 곳이

     효자동 어느 골짜기에 있는 절이었다.

      “엄마 여기가 어디야? “

      “, 이제 여기서 살 거야,”

      “그러면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지? 엄마.”

      “그럼, 그럼, 아니지, 아냐, 걱정하지 마.”

     그렇게 엄마는 남매와 함께 지내며

     그 절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 일은 남자 스님만 있는 절에서

     지금으로 말하면 공양주라고 하는데

     밥을 해주는 일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배고픔도 모르고

     일 년 동안 정말 행복하게 지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남자 스님만 있는 곳에

     자꾸 커가는 여아를 둘 수 없다,

     비구니들 있는 절로 딸을 보내라는

     스님들의 의견을 전해들은 엄마는

     이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딸을 보낼 순 없다! 없어!’

     또 다시 절망 속에 빠진 엄마.

     그 때의 엄마를 생각하며

     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불쌍한 어머니 사랑합니다.

      

       (다음 넷째 고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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