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열두 고개 (여덟 고개)
철거민 촌에서의 삶
란초/곽승란
어린 시절 배고파서 울고
힘들어서 울었어도 행복할 때도 있었다.
엄마가 계셨으니까!
엄마는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우리는 철거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갈 수가 있었다.
상도동 어느 골짜기에 철거당해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
그 곳에 흙벽돌로 된 집이 하나 비어 있어
우선 거기서 살기로 주인하고 이야기가
되었는데 말이 집이지 집이 아니었다.
그래도 좋았다.
살집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니까
이사를 하고 학교도 옮기는 등
이리저리 바빴던 엄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울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다
물론 닥치면 다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울 엄마니까 더 대단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량진 초교로 옮기고 새롭게 시작한 우리 생활
등하교 시간은 거의 한 시간을 걸어야 했고
아버지가 조금씩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하기는
부족해 엄마가 일을 해서 그나마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이었지만 그것도 복이라고
아버지 하시는 일이 부도가 났다.
이리저리 일꾼들 임금에 시달리다
아버지는 “ 당신하고 애들한테 정말 미안해요,
“일이 해결 될 때 까지
잠시 못 들어올 것 같아요,
“당분간 당신이 이해 좀 해 주세요,
하시며 나가셨다.
집안은 썰렁해지고
우리는 다시 세 식구가 되었지만
엄마의 뱃속에 자라고 있는 동생이
머잖아 태어날 텐데 엄마에게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걱정이었을 것이다.
누나는 호적이 늦게 실린 데다
성숙해서 눈치가 빠르다.
철거민 판자촌에도 조금 잘 사는 집이 있다.
나중에 또 다른 보상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상수도가 없어 식수를 산 밑에서
길어 와야 하는데 힘드니까
돈 주고 사먹는 집이 있다.
물 한 지게 길러다 주면 그때 돈으로
이십 원인데 그때의 공책 네 권을 샀고
또 흙벽돌 아닌 시멘트 벽돌을 나르면
개당 이,삼원을 받아 모아서
엄마를 가져다주면 엄마는
가슴이 아파 우리를 끌어안고 우신다.
일요일이면 남매는 신난다.
어려서 물지게도 한통씩이 아닌 반 통,
그럼 두 번을 길어야 한 지게가 되지만
무언가 엄마를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이
즐거운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모운 돈으로 쌀도 사고
학용품도 샀다.
가을이 다가오고 날씨는 추워질 텐데 하며
엄마는 시장 어묵 만드는 가게에서
버리는 생선 내장과 머리로 젓갈을 담았고
일요일이면 우리와 함께 남의 집 고추 밭에
희나리도 따고 무밭에 버린 작은 무도 뽑아오고
해서 김치도 담고 해서 생활을 해 나갔다.
아버지는 아직 소식이 없고
겨울이 다가 오기 전에 월동 준비를 해야 하는데
울 엄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다.
엄마의 걱정을 덜어 드리자는 생각에
보자기를 찾아 책가방에 넣어서 학교를 가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오는 길에
삼거리 김장 시장에서 배추 시래기를
주어 책가방이랑 보자기에 담아 머리에
이려면 무거워 어린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
: 아니 집이 어딘데 조그만 네가 이걸 이고 간다고?
어머나! 너, 대단하다! 라고 말씀하시고는
“쯧쯧; 많이 힘들 텐데.
집까지 거리는 한 시간거리인데
무거운 짐이 머리를 누르니 더딘 걸음이라
집에 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딸아이 걱정에
찾아 나선 엄마는 “ㅇㅇ아, 부르시며 비탈길을
내려오시는데 “ 네, 하고 대답을 해도
목소리는 목에서 나오질 않아 애타시는 엄마는
알아듣질 못하시고 자꾸 부르시다가
저 멀리서 움직이는 희미한 물체가
보이기 시작하니 걸음이 바빠지신 엄마
딸을 보자마자 대성통곡하는 엄마,
같이 우는 딸, 모녀는 그렇게 부둥켜안고 울었다.
“엄마가 미안하다, 딸아, 정말 미안해,
아니 예요, 엄마 전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어른에게는 무겁지 않은 무게지만
어린 아이에게는 무거웠으리라!
그렇게 몇 날 며칠 시래기를 주워 모운 덕분에
엄마가 담으신 젓갈로 김치를 담으니
이웃과 나누어 먹어도 남을 양 이었다.
우리 집 시래기 김치 정말 맛있다고
온 동네 소문났었다.
자랑이 아니라 정말 그랬다!
지금도 그 때의 시원한 시래기 김치
생각이 나서 그 때의 그리워하면
가슴에서 뜨거운 무엇이 뛰는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는데
그 해 겨울은 왜 그리도 추운지
눈은 또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어릴 적 그 시절은 배도 고프고
춥기도 엄청 추웠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가난한 그 시절엔 많은 사람이
배고픈 서러움. 추위에 많은
서러움을 겪었으리라.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면서
그 해 겨울이 서서히 지나면서
얼음이 녹는 봄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아홉 고개에서)
#지난 어린 시절 배고프고 힘들었어도
엄마가 계셔서 행복 했다.
보고 싶은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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