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이라고? (삶의 이야기)
란초/곽승란
지난여름 능금이 익어 갈 즈음
부경방 모임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언니 같은 시누이 집에 들렀다.
딸 6 아들1, 7남매를
고생하며 키우신 형님은
나에겐 정말 장하신 언니 같은 시누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딸 넷. 사위 넷이 와 있었다.
집안은 즐거운 분위기로 잔뜩 행복이 쌓였고
흥타령에다 숯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동네 어귀까지 풍기고
집 주위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하여 완전 꽃동산을 이루고
지리산 중턱에 걸려 있는 하얀 조각달은
시샘하듯 내려다보고 이었다.
형님 집에 세 식구랑 딸네 부부 여덟이랑
우리 식구 다섯이 함께 하는 자리는
그야말로 잔치 집 분위기였다.
외숙모 왔다고 지리산에서 제취한 송이버섯,
그리고 능이버섯을 시골 참기름에 찍어서
고기와 함께 양주 한 잔을 건네는
제일 큰 조카사위는 나랑 나이가 거의 비슷하다.
정말 효자 사위다!
맏사위로 아빠 몫까지 해 왔던 큰 사위가
내 눈에는 항상 대견하게 보인다.
그렇게 거나하게 대접을 받고
거실에서 늦도록 화기애애 담소까지 나누고
다음 날 아침 형님이 차려 주신 밥상 까지
받아먹고 왔는데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소식인가?
“ 니는 올케가 아이고 내 동생이다이,
알았제? 우짜든지 건강하거라이.
하시던 말씀이 귀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췌장암 말기란다. “정말 우짜면 좋으노!
가슴이 멍멍해 진다.
우리네 인생 살았다고 볼 수 없다고들 하지만
내 주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암이라고 하니 마음이 서글퍼진다.
아들자식 뼈아픈 삶이 한스러워
항상 마음을 많이 아파하시고
핏덩어리 손자 둘을 키우느라
그토록 고생하신 형님,
그 손자가 이제 성인이 되어
장가 갈 나이가 되었는데
건강하게 계시다가 손자며느리 손에
밥도 얻어 드시고 그렇게 오래오래
사시면 좋을 텐데.....
아직 형님께오선 자신이
췌장암 말기라는 건 모르신단다.
“ 형님 자손들이 정성으로
해 주는 약과 음식 맛없어도
많이 드시고 힘내시어 조금 만 더
사시 오소서, 그래서 이 동생 같은 올케와
멋진 추억 하나 만들어 보기도 하구요.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기도 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한다.
미리미리 건강 검진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맘과 같이 안 되고 있다.
나부터 실천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우선
삶의 생활 전선에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이라
미처 다음에 다가오는 일들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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