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 여행

인생 열두 고개 ( 마지막 고개)

승란 2015. 1. 29. 09:18

첫 사랑 그리고 이별

 

란초/곽승란

 

전남 목포시 산정동 0000번지

40년 전,

겨울이 되면 오고 갔던 러브레터...

가슴 속에 고이 접어 둔 아름답고 순수한 첫사랑...

 

누나는 가출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서인지

한동안 문 밖 출입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누나 친구 부모님 모시고

잡혀갔던 그 주소를 찾아 가서

몇 시간 싸움 끝에 누나의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다시는 집을 나가지 않기로 약속을 하면서

둘이는 서로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다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많이 보고 싶은 친구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서서히 좋은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나이.

누나의 사춘기 첫사랑이 시작 되었다.

집에서 한 식구처럼 함께 지내는 오빠들 중에

제일 못생기고 학력도 제일 낮은, 초등학교도

중퇴한 오빠를 좋아 했는데 그 오빤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고 하모니카도 잘 분다.

그리고 그 오빠 사촌 동생도 악기를 잘 다루고

얼굴도 잘생겨서 여심을 흔들 지경이었지만

누나는 그 못 생긴 오빠를 좋아 했다.

그 당시 누나는 대림동에 있는 규모가 작은 공군부대 안에

자그만 마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퇴근해서 매일 저녁 밥 먹기가 무섭게

얼른 치우고 00이란 친구와 오빠들한테 가서는

기타를 배운답시고 함께 놀았다.

00이란 친구는 훗날 그 오빠 사촌 동생과

결혼해서 목포로 내려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찌 잘살고 있는지 보고 싶다.

누나는 그렇게 자주 보고 정도 들고 한

오빠들이 친 동생처럼 잘 해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그런 오빠들이 겨울이 다가오면

기러기처럼 집으로 가는 사정 때문에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러던 어느 해인가,

여름이 지나 추석이 다가 오는데

오빠가 우리 바꿔서 명절을 보내볼까?” 했다.

무슨 말인가 싶어 쳐다보는 누나를 보며

오빠가 엄마한테 이야기 할 테니

추석에 네가 우리 집에 가지 않을래?“

정말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행이라

낯설고 두려움도 조금 있었지만

기차를 처음 타보는 거니 그 얼마나 좋을까.

알았어! 오빠가 엄마한테 잘 이야기 해줘.”

. 그래. 하하

그렇게 해서 누나는 그 오빠 대신

추석에 목포 가는 열차를 탔다.

목포행 완행열차.

몇 시간이 걸린 지는 기억이 없지만

꽤 오래 잠자다 깼다가 삶은 계란도 까먹고 하면서 갔는데

이전에 한번 씩 본적이 있는 그 오빠 형님하고 여동생에게

열차 시간을 미리 알려주어 형님은 올라가는 열차를 타고

누나가 내리는 목포역의 바로 전 역에 내려서 기다렸다가

누나가 탄 열차에 탑승해서 누나를 맨 첫 칸에서부터 찾고

여동생은 목포 역에서 기다리고 하는 환영을 받았다.

그렇게 밤차를 타고 아침 10시 쯤 도착했고

난생 처음 바닷가를 보았다.

유달산도 그때 처음 올라가 보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

그렇게 처음으로 오빠 언니와 목포 구경을 하고

맛있는 회도 먹고 집으로 갔는데

부모님께서 준비하신 음식의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시켰다.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잠이 들었는데

흐릿한 정신에 햇살이 얼굴을 비추고 전깃줄에는

참새가 짹짹짹 평화로운 아침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 정말 이렇게 행복한 아침은 누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다.

맛있게 차려주는 아침 밥상을 받은 즐거운 마음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추억 중에 하나다.

그날 하루 종일 언니와 오빠가 데리고 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주고 밤이 되었고

우리 풍속인 강강술래를 그때 처음으로 접해 보았다.

진정한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을 목포에서 느껴보고는

그 뒤로는 아직 한 번도 못 보았다.

목포 여행은 그렇게 행복한 여행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좋아하는 감정이 무르익어갈 때

그 오빠도 누나를 좋아는 하지만

누나가 너무 나이가 어려

마음으로만 사랑을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빠는 누나가 너무 예뻐서

누군가에게 뺏길까봐 겁도 나고 했지만

그래도 소중하게 마음으로 아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오빠를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 싶어 했는데

그 해 겨울에 또 기러기처럼 집에 내려가면서

“00아 오빠 다녀올게.

편지할 테니 답장 보내줘.

그리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해. 알았지? “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누나를 달래며

오빠는 또 그렇게 떠나갔다.

그럴 때 마다 편지가 오고가고 한 것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때 한창 인기 있는 가요가 배성의 기적소리만이었는데

그 노래를 부르며 오빠가 보고 싶어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예나 지금이나 눈물이 참 많았다.

 

그 이듬 해 봄이 오자

내려갔던 오빠들이 한사람 두 사람 오는데

정작 보고 싶은 오빠는 오지 않았다.

“00오빠야. 00오빠는 왜 안 오는 거야? ”

그 쪽 일이 아직 마무리가 안 되었단다.

? 보고 싶나?“

응 보고 싶은데 빨리 안 오네! ”

며칠 지나면 올 거야. 쬐매만 기다려라.“

하루 이틀 기운 없이 출근하니까

군인 아저씨들이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던 누나보고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자꾸 물어 본다.

특히 문 앞 헌병초소에 더 적극적으로

걱정을 하는 심하사 아저씨.

누나를 아껴 주는 심 하사란 아저씨는

극장 간판을 그리다가 군대를 와서 그런지

그림을 진짜 잘 그렸다.

그리기를 좋아했던 누나가 배우고 싶어 하니까

많은 가르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도 재미없다.

오로지 그 오빠가 왜 안 오는지

그것만 궁금했으니까.

그러다 며칠 후에 오빠가 왔는데

너무 약해서 군 영장이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영장이 나와서 이것저것 해 놓고 오느라 늦었단다.

! 오빠가 군대를 가?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에 주저앉았다.

“00아 미안해. 하지만 오빠도 어쩔 수 없잖아

오빠 제대할 때 까지 기다려줄 수 있지?“

눈물 콧물 범벅 고개만 끄떡이고 있는 누나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 ”

네가 성인이 되면 올 거야.

기다려줄 수 있지?“

, 오빠 기다릴 거야, ”

그렇게 해서 누나의 첫사랑은 군대를 갔다.

그 후에도 누나는 계속 공군 부대에서 일을 했는데

엄마에게 딸래미 시집보내라고

중신이 오고가고 할 그 즈음 누나의 나이 방년 십 팔세.

중신이 오가는 줄도 모르고 누나는

계속 오빠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는데

엄마는 누나가 누굴 마음에 두고 있는지 아시면서도

엄마 친구 분의 시동생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어느 날 부대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사병 한 분이 누나에게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누나는 집까지 그 먼 길을 울면서 왔다.

아버지와 엄마는 깜짝 놀라 왜 그러냐 하시며

당장 부대를 그만 두라고 하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딸아. 내말 잘 들어봐

, 엄마,”

00오빠 좋아하는 거 엄마가 잘 알겠는데

그 오빠는 안 된다.“

왜요? 엄마, ”

엄마를 보아라. 아버지가 건축을 하시니 너도 잘 알잖아.

고생할게 빤하지 않니? 엄마는 반대니까 그렇게 알아라. “

마음이 아프다. 한 번도 엄마 말씀을 거역해 본적은 없는데...

한동안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어느 날 엄마가 갈 곳이 있다면서 누나를 데리고 나갔는데

어떤 청년을 소개 했다.

결혼하면 시골에 논과 밭이 있어서 농사짓기는 좀 힘이 들겠지만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고, 딸아이 배불리 먹고 살 수는 있겠지.‘

엄마는 그것이 목적이셨다. 누나 생각해서 결정을 하신 것이다.

며칠을 생각한 누나의 생각은

내가 농사를 지어 부모님께 보내면

우리 엄마 고생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오빠보다 가족이 우선이잖아!

어떻게 하지?

보고 싶은 오빠. 사랑하는 오빠를 잊어야 하는데...

결국에 엄마 말씀을 따라야겠지. ‘

그렇게 해서 누나는 어려운 결심에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엄마 곁을 떠났다.

 

* 인생 열두 고개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처음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작가로 나아가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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